내용
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끝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눈을 뜨면 인터넷으로 메일도 확인하고 아직
잉크냄새가 진하게 베어있는 새벽 신문부터 세금고지서,
사랑하는 사람 미운 사람과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이 기쁨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기다림은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아마 그것은 신이 내린 아름다운 선물일 수도 있고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 일 수도 있다.
죽기 전까지 계속되는 기다림이다.
가진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똑같이 부여한 선물이다.
때론 짧은 기다림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도 있고,
때론 긴 기다림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기다림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연 모두가
자신의 삶을 마감할 때까지 기다림은 계속된다.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우리는 기다림 속에서 울고 웃는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쇼핑을 하며 기뻐하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리를 꼬고 앉아
신문을 보고 있으면 불편해서 짜증이 난다.
그 역시 기다림에서 오는 기다림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일 뿐이다.
결국, 산다는 것은 기다림을 만나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기다림과 여행을 하는 것이다.
김정한에세이 -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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